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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집값, 서울보다 저렴하다고?

집을 살까말까, 일본 도쿄의 집값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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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유선(번역작가)
기사입력 2018/11/21 [19:08]

도쿄 집값을 얘기할 때 맨 먼저 도쿄 집값 = 버블 붕괴라고 인식한다. 그건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반에 일어난 과거에 존재했던 사실이다. 그 다음에 일본의 20년 장기 침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럼 지금도 일본 집값이 버블이 붕괴된 채 아직도 바닥을 헤매고 있을까. 또한 한국의 집값에 관한 신문 기사에서는 일본의 집값이 한국보다 싸다고 각종 통계 자료를 내놓곤 하는데 한국보다 싸다는 건 진짜 사실일까.

 

부동산 버블 이후 일본에서는 집을 구매하는 자가파와 월세를 내면서 남의 집에 사는 임대파로 나뉘었다. 부동산 버블 전에는 자가 마련이 필수였다면 부동산 버블 붕괴 후에는 경제적인 여력과 상관없이 자가 구입은 선택으로 바뀌었다. 일본인들에게 집은 평생에 한 번 사는 것이거나 살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부동산 구입자의 평균 연령을 보면 나이가 들어서 집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집을 빌릴 때 보증인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경우 집을 빌릴 때 법적 보증인이 없어 집을 빌리지 못할 수 있으므로 평균 기대 수명의 연장으로 나중에 집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자가 구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본에 처음 와서 세들어 살았던 집주인과 매우 친하게 지냈다. 그 내외분들은 12년 전에 퇴직을 한 후 노후를 좋아하는 치앙마이에서 살려고 거주지를 태국으로 옮겨 11년 간 살았다. 그러다가 작년 가을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신선한 야채와 생선, 맑은 공기를 찾아 도쿄로부터 1000킬로미터나 떨어진 에히메 현의 한적한 마을에 작은 아파트를 빌려 살았다. 그런데 올 1월 도쿄에서 온 친구를 마중나가다 아저씨가 심장마비로 쓰러져서 바로 돌아가셨다. 

 

▲ 도쿄도 히가시무라야마시에 있는 도영주택     ©

 

문제는 그 후였다. 장례 후 아주머니가 그 집에 계속 살려면 아주머니 이름으로 재계약을 해야 했다. 그런데 자녀가 없는 아주머니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재계약시 보증인이 없어서 재계약이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쿄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오고 싶은데 현 세입자가 흔쾌히 집을 비워줄지 어떨지 걱정스럽다고 말씀하셨다.

 

일본에서는 집을 빌릴 때 보증인으로서의 기능은 재정 보증의 의미도 있지만 만에 하나 세입자가 사망하거나 야반 도주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뒷처리 등으로도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주머니는 도쿄의 세입자가 바로 이사해 줘 자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반대로 삶을 가볍게 하는 단샤리(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것) 열풍과 더불어 집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면서 한집에서 오래 살기 보다는 일과 개인 프라이버시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항상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살겠다는 임대파도 있다. 

 

전에 도쿄의 지유가오카에서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리킬 때, 수강생 중에 한 명은 4년마다 이사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집을 사면 평생 살아야 하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싫고, 4년 정도 살면 집이 낡아지고 지져분해져서 살고 싶은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사는 게 좋다고 했다. 지유가 오카는 매매가는 물론 집세도 비싼 지역이라 다소 경제적으로 부담 되지만 살고 싶은 지역에 살기 위한 비용의 대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집이란 각자의 상황에 맞는 거주 환경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한편으론 일본도 100세 시대를 맞이해 비교적 높은 연령대의 부동산 구입은 고령화와 더불어 실질적인 연금이 줄어들자 소득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부족한 생활비 보충과 고령화 시대로 늘어나는 의료비 마련을 위해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인들의 주택에 대한 의식은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아니라, 내가 왜 집을 사야 하는지, 왜 사지 않는지에 대한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이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근 10년 동안 주택 사정을 보면 도쿄와 수도권의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최근 2,3년간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의 특수 경기로 인해 집값이 폭등까진 아니지만 급상승했다. 

 

또한 도쿄 지역을 보면 크게 2지역으로 나눈다. 한국의 서울시에 해당하는 도쿄23구와 서울의 신도시에 해당하는 도쿄도 위성도시가 있다. 그리고 서울의 수도권처럼 도쿄도 수도권이 있다. 이들 3지역은 권역별로 부동산 평균가 각기 다르고 평당 가격별 차이도 많이 난다. 때문에 서울 집값을 단순히 도쿄도의 집값과 비교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부동산 가격을 서울과 같다고 착각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부동산이란 한정된 토지를 바탕으로 골동품이나 예술 창작품처럼 재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충분히 사용하고 중고로서도 더 높은 가치를 지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고의 가치 상승은 시간과 더불어 상승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럼 버블 붕괴를 맞이했던 일본의 집값은 현재 어떨까. 일본도 지난 2015년부터 올 여름까지 집값은 계속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현재의 수치적인 매매가는 물론 체감으로도 많이 올랐다. 특히 도쿄 23구가 가장 많이 올랐고 수도권을 포함 도쿄 교외 지역도 올랐다. 

 

집값 상승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건설 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인건비 및 자재값 등 물가 상승이 가파르게 올랐다. 거기에다 올림픽의 특수 경기 호조와 아베 정권의 양적 완화로 인한 유동성도 일정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집값은 소비적인 생필품이나 공산품과는 달리 가격 변동이 어느 하나로 단정짓기 어렵고 숫자상 신축보다 구축의 양이 시장을 움직이므로 개개인 사유 재산인 집값을 나라가 통제할 수 없다. 때문에 매매 가격이 일정할 수 가 없고 따라서 가격 변동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가령 2013년도와 2017년도의 도쿄 23구의 10세대 이상을 기준으로 한 맨션의 분양가를 보면, 가격이5853만엔에서 7089만엔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물론 분양 면적의 평당 가격을 서울과 비교하면 일본이 비쌀 것이다. 

 

필자 앞으로 보내온 도쿄도 신주쿠구 오오쿠보 주소지의 신축 맨션 분양 전단지를 보면 면적 대비 가격 비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때문에 도쿄에서 집은 어떤 의미에서는 고속득층만이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뿐만 아니라 자기 집에서 산다는 것은 곧 재력과 신용(설령 은행 융자를 받아 산다 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엄격한 자격 요건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 있다는 것에 다름아니어서 사회적으로도 꽤 인정받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반면, 한국보다 일본의 주택 구입이 용이한 면도 있다. 현재 거주용 1주택에 한해서는 35년간 1% 미만의 장기저금리로 융자를 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2주택부터는 투자용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연4% 전후의 고금리가 적용된다. 그래서4% 금리로는 임대 소득 대비 실익이 거의 없으므로 투자용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일본인들은 거의 없다. 관리하는데 힘이 드는 것에 비해 수익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부동산 종사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마저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끝나면 집값은 급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모두들 이야기 한다. 그 이유는 올림픽 특수 경기가 끝나면 경기 침체로 집값이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도쿄의 집값이 싸다 비싸다의 절대 기준이란 것은 없다. 단지 과거의 시세 및 현재의 물가나 소득 수준 등, 개개인의 경험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반 주택거래가 한국처럼 터무니없이 단기간 내에 억 단위로 오르거나 하는 일은 일본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주거지 용의 주택으로 한국처럼 재테크 혹은 투기를 하는 것도 일본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애시당초 일본 금융에서 1가구 2주택에게는 거액의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수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 그렇게 오른 부동산 가격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어떻게 될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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