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극우단체가 31일, 도쿄 신오쿠보 한인 타운에서 대규모 반한시위를 열어 일요일을 맞아 신오쿠보를 찾은 나들이객들에 불안감을 조성했다. 극우단체에 의한 반한시위는 독도 문제가 촉발된 작년 여름부터 신오쿠보에 집중되고 있고, 올 들어서만 벌써 5차례 열리는 등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극우단체의 반한시위를 '차별주의'로 규탄하는 일본의 좌익계 모임들이 대결자세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신오쿠보에 때아닌 전운이 감도는 양상이다. 이날 집회도 경찰을 사이에 둔 양 단체의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는 혼잡한 양상을 띠면서 자칫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2시간 이상 계속됐다.
▲신오쿠보에서 열린 극우단체의 반한시위 © JPNews | |
일본의 극우단체 '친일우회(親日友会)'의 회원 약 300명(주최측 발표)은 31일, 도쿄 신주쿠의 신오쿠보 공원에 집결하고 오후 2시 30분부터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신오쿠보 일대 거리를 행진하는 가두시위를 펼쳤다.
'특정 아시아 분쇄 신오쿠보 배해 카니발!!(特定アジア粉砕新大久保排害カーニバル!!)'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집회의 성격은 반한시위였다. '다케시마를 반환하라', '위안부는 날조, 매춘부다', '훔쳐간 불상을 돌려달라', '신오쿠보에서 한글이 보이지 않기를', '한국인이 TV에서 사라지기를' 등의 과격한 구호가 적힌 피켓들이 욱일승천기와 함께 시위대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2시경에 집결을 마친 반한 시위대는 "신오쿠보가 코리아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이상하지 않는가. 우리나라 일본에 있는 자랑스러운 신오쿠보를 되찾자 오자"라는 구호와 함께 2시 30분경 신오쿠보의 주요거리인 쇼쿠안거리를 향해 가두시위를 시작했다.
▲신오쿠보에서 열린 극우단체의 반한시위 © JPNews | |
일본 극우단체에 의한 반한시위는 작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신오쿠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개최돼 왔고, 올해 들어서만 이번까지 포함해 5번째다. 초창기 시위는 '다케시마의 반환'이나 '위안부 날조'를 외치는 등 역사문제가 주를 이루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대마도에서 일어난 불상 도난 사건이나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과 같은 문제로 확대되면서 한국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반한 시위대가 집결지에서 쇼쿠안 거리로 접어들자 맞은 편 인도 위에서 일제히 "인종차별주의자들은 돌아가라", "일본의 수치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서하지 않은 모임)는 돌아가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 같은 구호를 외친 진영에는 약 100여 명의 무리가 자리 잡고 있었고, '친하게 지내요', '사람으로 부끄럽지 않은가', '증오의 연쇄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등 반한 시위대와는 정반대의 피켓들을 들고 있었다.
반한시위에 반대하는 진영에 있던 한 참가자는 자신을 평범한 일본인이라고 소개하고,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 어떤 단체나 모임에 속해 움직인 것이 아닌,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해 자발적으로 모인 일본인들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극우단체들의 반한집회가 도를 넘는 선동을 지속하자 그 반발로 민족차별주의에 대한 성토도 높아갔다. 특히 신오쿠보에 자주 집결하는 반한시위대에 대해 반대집회를 개최하자는 좌익계 인사들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고 몇몇 관련 모임도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양심의 자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이날 시위에서는 반한시위대는 물론 반한시위를 반대하는 시위대 모두 '성숙함'과는 거리가 먼 폭력적인 모습만을 연출했다.
▲극우 단체와 대치 중인 반한시위 반대 단체 © JPNews | |
▲극우 단체와 대치 중인 반한시위 반대 단체 © JPNews | |
반한시위대와 그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신오쿠보 일대에는 가두행진 1시간 30여 분 내내 상대 진영을 향한 욕설과 비방만이 가득했고, 길목마다 아수라장을 연상케 하는 몸싸움이 목격됐다. 상대를 무시하고 자극하려는 저급한 행동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자 신오쿠보를 방문한 한 일본인은 "시위인지 훌리건들의 싸움인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JPNEWS의 취재에 응한 신오쿠보의 재일 한국인 상인은 "극우단체와 반한시위를 반대하는 단체 간의 충돌이 신오쿠보의 치안 불안으로 연결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의 시위는 일본 경찰의 철저한 통제 속에 오후 5시경 양측 진영이 자진 해산하면서 마무리됐다.
▲'한국인은 매춘부. 5만명을 추방하라' © JPNews | |
▲'조선인 위안부의 새빨간 거짓말. 일본인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 © JPNews | |
▲'한국인이 TV에서 사라지기를' © JPNews | |
▲극우단체와 반일시위를 반대하는 사람들 간의 대치 © JP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