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과 추억이 공존하는 1930년의 서울, '경성'을 소개하는 전시회, "모던 도시 경성의 순례-종로・본정 전"이 일본 재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에서 개최, 오는 15일까지 전시된다.
'한양대학교 서울근대도시건축연구회'의 주최로 이루어진 전시회는 일본내 '경성'을 주제로 한 최초의 전시회로, '서울근대도시건축연구회'는 "경성시기(1910-1945)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의 아픔을 지닌 시기이지만 동시에 한국의 근대화의 큰 변화를 가져온 중요한 시기였기에 연구를 시작했고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미 한국 국내에서는 지난 3월 29일에서 6월 26일까지 한국 청계천문화관에서 '이방인의 순간포착, 경성 1930' 특별전이란 타이틀로 개최돼 큰 호평을 받았다. 이번 일본에서의 전시는 그것의 연장선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1930년의 서울은 어땠을까.
▲ 시미즈 히로시(淸水宏)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경성 1939' (24분 / 35mm) © JPNews | |
▲ 시미즈 히로시(淸水宏)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경성1939' (24분 / 35mm) / 양복은 입은 남자와 갓을 쓴 남자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JPNews | |
1939년 시미즈 히로시(淸水宏) 감독이 조선총독부 철도국의 의뢰를 받아 촬영한 선전용 영화 '경성 1939'(24분 / 35mm)을 보면 당시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본 및 지방에서 경성으로 여행을 오는 이들을 위한 경성 안내가 주된 목적이었던 영화는 당시 경성역을 시작으로 조선총독부, 관광청, 교회, 학교, 박물관, 경마장, 골프장 등 경성 곳곳의 모습과 사람들을 담고 있다.
더불어 당시의 경성과 2011년의 서울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한 화면에 담은 짤막한 영상도 함께 상영되고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영상을 보며 당시 '경성'과 지금의 '서울' 의 차이점을 찾아봐도 재미있을 것이다.
또, 광화문에서 동대문에 이르는 종로 상점가를 복원한 길이 12m의 '종로상점가 복원지도'와 당시 혼정에서 신정(지금의 명동~충무로)의 상점가를 복원한 길이 9m의 '혼정상점가 복원지도'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는 당시 종로와 본정의 3000여 개의 상가의 위치를 상세하게 표시한 지도다.
▲ 정면에 보이는 것이 혼정(지금의 명동~충무로) 상점가복원지도, 우측에 보이는 것이 종로상점가 복원지도다. ©JPNews | |
▲ 1930년대 혼정에서 신정(지금의 명동~충무로)의 상점가를 복원한 길이 9m의 '혼정상점가 복원지도' ©JPNews | |
상점가 복원지도의 둘레에는 대표적인 상가와 건물의 사진을 덧붙여 보다 생생하게 당시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경성 최고의 번화가로 신(新)문물이 넘쳐흘러 모던보이와 모던 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됐던 ‘본정’의 신세계 백화점, 카메라 가게와 레코드 가게들, 카페와 바까지 '경성'은 그야말로 낭만의 도시였다.
이 도면은 이번 전시회를 주최하기도 한 한양대 건축학부 도미이 마사노리(63·冨井正憲) 교수와 한동수 교수를 비롯한 한양대학교 서울근대도시건축연구회를 통해 복원되었다.
도미이 교수는 당시의 것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수집했다. 전화번호부, 지도, 잡지, 엽서 등등 이렇게 모아진 각종 자료를 총동원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데이터베이스에는 당시 한국어 상가명과 상가주명, 일본어 상가명과 상가주명, 직종, 출처, 전화번호 등이 담겨있다.
▲ 전시회에 왔다 우연히 '혼정(지금의 명동~충무로) 점포 데이터 베이스'에서 자신의 할아버지 이름을 발견했다는 손님 타나카 히로미치 씨 ©JPNews | |
▲ 전시회에 왔다 우연히 '혼정(지금의 명동~충무로) 점포 데이터 베이스'에서 자신의 할아버지 이름을 발견했다는 손님 타나카 히로미치 씨가 자신의 할아버지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다. ©JPNews | |
전시회 둘째날, 나이가 지긋한 일본인 남성이 당시의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며 뭔가를 메모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이름이 여기 적혀 있다"며 신기해했다. 그는 단지 자신의 할아버지가 '경성'에 살았던 것만을 가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이터베이스를 뒤지다 우연히 할아버지의 이름을 발견한 것.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한양대학교서울근대도시건축연구회의 도미이 마사노리(63) 교수는 그만큼 객관적인 자료라고 전했다.
누구를 위한 전시회이며, 어떤 사람이 봐 주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도미이 교수는 "재일교포를 포함한 한국인, 일본인 모두 봐줬으면 좋겠다. 특히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이들 중 자신의 윗 세대가 당시에 한국에 계셨던 분들, 또 지금 일본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는 젊은 일본유학생들이 봐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경복궁 내 조선총독부가 그려진 조감도나 사진을 보며 가슴 아픈 역사를 들춰보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사실을 귀로만 들었다면, 이번 전시회를 통해 눈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그런 시절이 있었던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무엇을 느끼느냐는 본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시회를 보는 한사람이 한사람이 그 시절에 있었던 사실을 보고 무엇인가를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때의 '경성'과 지금의 '서울'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재밌는 것은 건축의 양식은 다르지만, 역사상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이어져오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도미이 교수는 말한다. 종로의 경우는 크게 바뀐 것이 없지만, 일본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혼정은 일본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많이 바뀐 것이 사실. 그러나 충무로 2가에는 악기상이 많다든지, 충무로 3가에는 카메라 가게나 인쇄소가 많은 것은 당시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 한다.
이번 전시회를 도쿄를 거쳐 요코하마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도미이 교수는 요코하마 전시가 끝나면 오사카・규슈에서도 개최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전했다. 현재 일본내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일 뿐만 아니라, 당시 경성에 가서 살았던 일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 이제는 그들이 후손들이 살고 있을 지역에서 전시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도쿄에서 전시회가 열리는 15일까지는 계속 전시회장에 있을 것이라 전했다. 그림을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만약 전시회장에 온다면, 꼭 말을 걸어달라"며 웃었다.
▲ 요시다 하츠사부로의 '조선박람회 그림'와 경성 파노라마 사진 © JPNews | |
▲ 요시다 하츠사부로의 '조선박람회 그림' , 경복궁 내 위치한 조선총독부청사가 눈에 띈다. © JPNews | |
▲ '조선박람회도회'는 일본 조감도 화원으로 활약하던 요시다 하츠사부로(吉田初三郎)(1884~1955년)가 1929년에 조선총독부의 의뢰를 받아 '조선박람회'용으로 그린 그림이다. 그는 생애 1600점 이상의 조감도를 완성, 조선 관련 작품도 27점에 달한다.
▲ 지금의 신세계 백화점인 '미쯔코시 백화점'의 내부 모습 © JPNews | |
▲ 전시회를 주최한 '한양대학교 서울근대도시건축연구회' 도미이 마사노리(富井正憲)교수 © JPNews | |
▲ 10월 15일까지 한국문화원에서 전시되는 '모던도시-경성의 순례 종로・본정' 전 © JP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