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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잡지왕국이 무너지고 있다

[김상하 일본엿보기] 日최고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정보지 <피아> 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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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프리 라이터)
기사입력 2011/07/24 [13:30]

지난 7월21일, 일본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정보 잡지 '피아(ぴあ)'가 39년의 역사의 막을 내리는 ‘최종호’를 발간했다. 최종호라는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로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되었지만 그 실상은 발행부수 저하에 따른 폐간이기에 잡지 업계에서 나름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필자로서는 크게 안타까운 일이다.

'피아'는 1972년 츄오대학(中央大学)의 재학생이었던 ‘야나이 히로시’가 TBS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TV 방송이나 영화 등에 대한 정보 발신처가 없다는 것에 착안해서 같이 TBS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들 7명을 모아 창간한 잡지 '월간 피아'가 그 출발점이다. 처음 창간 당시의 가격은 100엔이었다.

대학생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졌던 '피아'는 동세대의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되고 1974년에는 ‘피아 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1984년부터는 일본 최초의 PC를 이용한 티켓 구입이 가능한 서비스 ‘티켓피아’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에는 도쿄증권시장 2부에 상장, 2003년 5월에는 도쿄증권시장 1부에 상장되었다.

'피아'는 1980~90년대에 절정기를 맞이해 각종 문화 정보를 발신하는 안테나로써 큰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수도권, 관서, 중부 등 지역별로 나누어 별개의 잡지로 발행하는 방식을 처음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절정기에는 수도권판의 발행부수가 58만부 정도였다고 하니, 그 영향력은 메이저 신문 이상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 초에는 발행부수가 6만부를 넘지 못했다고 하니,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다. 특히 스피드를 생명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정보를 발신하는 미디어다 보니 인터넷 사이트들과의 경쟁에서는 이기지 못한 것이다.

'피아'의 몰락은 일본의 오프라인 잡지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도쿄증권시장 1부에 상장되고 인터넷 티켓 판매 시장을 선점해 업계 1위를 달리던 피아를 몰락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린 것은 2008년의 시스템 트러블 사건이다. 피아는 2008년 초에 인터넷 티켓 판매 사이트인 ‘티켓피아’를 비롯해 피아 계열 사이트들의 전면적인 리뉴얼을 실시했다. 그런데 이 리뉴얼이 원인으로 시스템 트러블이 계속되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 트러블로 인한 예약 취소나 고객의 클레임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는 사태가 몇 달 동안 계속되면서 경영이 악화되어 결과적으로 같은 해 5월17일에 퇴직 희망자 100명을 모집하는 정리해고를 하게 된다. 이 정리해고로 직원의 1/3이 사실상 해고되었다.

물론 지금도 티켓피아는 일본의 인터넷 티켓 시장의 빅3(티켓피아, 로손티켓, 이플러스) 중 하나다. 하지만 2008년의 시스템 트러블 문제는 티켓피아의 서비스보다는 사이트 리뉴얼 실패로 인한 재 리뉴얼과 각종 시스템 재정비에 기업의 자원이 집중되면서 원래 예정되었던 잡지 '피아' 본체의 인터넷 이행 타이밍을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피아'의 경쟁력 약화와 티켓피아 트러블 사태로 인한 대규모 정리해고로 인해 기업의 경영이 힘들어지면서 발행하던 잡지를 하나 둘 폐간하기 시작한다. 2008년 11월에는 축구 잡지였던 '월드 사커 그래', 2009년 1월에는 '인비테이션'이 2010년 6월에는 '피아'의 중부판이, 2010년 10월에는 '피아'의 간사이판이, 그리고 지난 7월21일에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피아' 수도권판이 폐간되었다. 물론 아직 '한류피아'나 '티비피아' 등이 발행되고는 있지만, 지금의 발행부수 저하 흐름을 봤을 때 폐간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한국은 인터넷의 대두와 거의 동시기에 잡지의 몰락이 시작되었고, 그 뒤로 살아남은 잡지는 구독층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전문지, 부록에 잡지를 끼워 파는 여성지, 돈 많은 부자들에게 공짜로 뿌리면서 명품 브랜드에게서 고가의 광고료를 받는 이른바 ‘노블레스 잡지’들 정도다. 일본도 이런 흐름이 느리긴 하지만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2~3년 전부터는 일본도 여성지들 대부분이 한국처럼 부록에 잡지를 끼워 파는 형태로 바뀌었고, 만화잡지들도 완구나 DVD를 끼워 주는 방식으로 바뀌어 있다. 잡지의 왕국이라는 일본도 잡지 시장의 미래는 밝지 않다. 하지만 잡지 업계가 디지털화에 대해 보수적이고 그저 만들던 것을 계속 만드는 관성에 젖어 있다는 점이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는 것 같다.

 

글 | 김상하(프리 라이터)

(김상하 씨는 현재 일본 도쿄에 거주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일본서브컬쳐 정보를 발신하는 파워블로거입니다)
김상하 씨 블로그: http://blog.daum.net/kori2sal/6235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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