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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사를 하고 나면 거지가 된다

[김상하의 일본엿보기] 이사철 일본 대형 아파트촌, 이색적인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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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프리라이터)
기사입력 2011/06/05 [09:38]

이사철만 되면 일본의 대형 아파트 촌에서는 조금 편치 않은 풍경을 바라봐야 한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각종 전자제품과 가구, 부피가 많이 나가는 가방이나 장식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면서 지나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대부분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떠난 사람들이 버리고 간 짐들이다. 잘 보면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가전제품도 있고, 침대나 서랍장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새것들이다. 그런데 대체 왜 버리고 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버리고 이사간 곳에서 새로 사는 것이 그 짐들을 가져가는 것보다 더 싸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이사 거지(引っ越し貧乏)”라는 말이 있다. 이사를 한 번 하고 나면 저축해둔 돈이 전부 사라져 거지가 된다는 의미다. 이런 말이 있을 만큼 일본의 이사는 금전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이벤트다.

일본의 부동산 체계,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임대주택’의 체계는 한국과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무엇보다 일본은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전세가 없고, 거의 모든 임대주택이 월세다. 그런데 일본은 이 월세 주택에 들어갈 때 한국처럼 몇 천만원씩이나 하는 보증금을 낼 필요는 없다.
 
일본은 ‘시키킨(敷金)’이라는 것과 ‘레이킨(礼金)’이라는 것을 내게 된다. 시키킨은 우리나라의 ‘보증금’에 가까운 개념이다. 보통 집세의 2~3개월치를 냈었으나 요즘은 불황이 심해져서 1~2개월치 정도를 내는게 일반적이다.
 
‘레이킨’은 쉽게 말해서 ‘사례금’으로서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줘서 고맙다며 주는 돈이다. 보통 집세의 1~2개월치 정도를 내는데 이것도 요즘 불황이 심해져서 1개월치 정도가 일반적이다. 물론 이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시키킨이 100%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방을 빼기 전에 방 상태를 조사해서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 결국은 시키킨의 거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가져간다.

그래서 새로운 집에 들어가려면 ‘첫 달 방세 + 시키킨 + 레이킨 + 중계수수료 방세의 1/2 + 보험료 + 열쇠박스 교환비(보통 1~2만엔)’가 필요해진다. 거의 4~5개월치 집세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세입자를 금전적으로 더욱 압박하는 것이 있다. 그게 바로 이사비용이다.

일본의 임대주택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ur이나 도민주택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이 2년 계약이다. 2년 뒤에는 계약 연장을 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보통 1개월 분의 방세다. 이 때문에 일본은 독신자의 경우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사를 가게 되면 당연히 이사비용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이 이사비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개념이 다르다.

이사 가는 곳과의 거리에 따라서 비용이 크게 달라지기는 하지만 일본은 인건비가 비싸서 이사 전문 업체를 부르면 기본 단가가 10만엔 단위로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독신자들을 위한 ‘단신 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짐을 실을 수 있는 바퀴 달린 선반 같은 것을 1개 빌리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니츠우(日通)의 단신팩 l 사이즈 1개를 빌려서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보내는 비용이 25,000엔 정도, s 사이즈 2개를 빌릴 경우에는 46,200엔이다. 물론 거리가 가까우면 조금 싸지기는 하지만 기본요금이라는 것이 있어서 저 가격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니츠우의 단신팩 l 사이즈 요금은 18,900엔이 최저가격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필자도 몇 번 이걸 이용해보았지만 이 단신팩 l 사이즈는 140l 냉장고, 컴퓨터 본체, 모니터, 전자레인지, 라면 박스 3개 정도를 넣으면 꽉 차버린다. 1040mm x 1040 x 1740mm의 박스 안에 들어갈만한 짐은 뻔하지 않은가?

만약 40인치 lcd tv라던가, 200l가 넘는 냉장고라던가, 침대, 책상 같은 것들이 있을 경우에는 단신팩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럴 때는 흔히 ‘원룸 플랜’이라고 부르는 서비스가 있다. 30km 내외의 단거리 내에서 원룸 사이즈 짐을 옮겨주는데(2톤 트럭 1대 정도 분량), 이런 서비스는 대게 3~4만 엔이 최저가다. 만약 침대, 책상 같은 큰 물건들이 있을 경우에는 가격은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이렇다 보니 독신자들이 이사할 때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 직접 렌터카를 빌려서 자기가 직접 이사를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할 경우 1만엔 내외에서 이사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요즘 신축 맨션들은 이런 개인 이사를 금지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전문 이사업자를 통하지 않으면 이삿짐을 못 들여가는 맨션도 많다. 신축 맨션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은데, 엘리베이터나 계단, 문 등에 상처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조치를 하지 않으면, 가구나 가전제품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이사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짐이 많은 사람이 선택하게 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되도록이면 짐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즉, 부피가 큰 짐을 버리는 거다. 침대, 여행용 슈트 케이스, 책꽂이, 선반, 화분, 자전거 같은 것들을 말이다. 어차피 버릴 거라고 생각하고 사기 때문에 침대나 책꽂이, 책상 같은 가구들은 적당히 저렴한 것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저렴한 조립식 가구는 그냥 버리고 이사 가서 새로 사는 편이 더 싸다. 자전거도 몇 만엔 씩 하는 좋은 자전거가 아닌 이상은 그냥 자전거 주차장에 방치해두고 간다. 이사가서 새로 사는 거나 자전거를 가지고 가는 거나 금전적 차이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방치해두면 구(区)에서 언젠가 철거해 갈 것이고, 철거된 자전거를 찾아가지 않으면 구에서 알아서 처분하기 때문이다. 어떤 법적인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물론 대형 쓰레기를 버릴 때는 구청에서 스티커를 사서 붙여버려야 한다. 주거 세대가 얼마 없는 소형 맨션에서야 쓰레기를 버리면 누가 버렸는지 뻔히 알 수 있지만 대형 아파트 단지의 경우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파트가 최소 4~5동 이상 모여 있는 ur공단 같은 경우는 수백 세대가 모여 살기 때문에 재활용 쓰레기 수집장에 대형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린다고 해도 누가 버렸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다. 새벽에 몰래 버리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관리를 하는 ‘도시재생기구’에서는 방치된 쓰레기를 치울 수밖에 없다.

매년 이사철인 3~4월이 되면 보게 되는 풍경이지만, 올해는 유독 쓰레기의 양이 늘어난 것 같다. 아마도 지진의 영향때문이었을까?

▲ 이사를 가면서 아무렇게나 버리고 간 대형 쓰레기들   


| 김상하(프리라이터)
 (김상하 씨는 현재 일본 도쿄에 거주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일본서브컬쳐 정보를 발신하는 파워블로거입니다)
김상하 씨 블로그: http://blog.daum.net/kori2sal/6235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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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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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기사 11/06/05 [13:42]
이사갈 지역 근처에 다른 곳으로 이사가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 보면
공짜로 가구를 얻을수도 있겠군요.
=_=;;
지나가다 11/06/05 [20:21]
원룸이사 포장이사로 하면 기본 40~50합니다. 환율로는 비싸지만 큰차이는 없어보이네요
jeje 11/06/05 [20:34]
이사할때 물건을 내놓으면서 다 신고해야 합니다. 
아무렇게나 막 버리는게 아니에요.
11/06/05 [21:46]
집 주인에게 집 빌려줬다고 사례금을 내는 건 지나치다
유희천사 11/06/06 [15:56]
돈도 많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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